강릉 여행을 떠났습니다.
당일치기로 말이죠.
누구나 한 번쯤 가는
강릉 여행의 랜드마크와도 같은
'안목해변'으로 저도 갑니다.
이곳에 가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 정도입니다.
첫번째는 그 ANMOK이라고 써있는
표지판인가 오브제를
직접 사진으로 담고 싶었고,
두번째는 여기 카페거리에서
차 한 잔 마시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강릉역에 도착하자마자
택시를 타고 안목해변으로
저를 인도해달라 요청했습니다.
안목해변입니다.
바다가 보입니다.
날이 좀 구질구질하고
바람도 좀 부는 그런 날,
게다가 다들 점심 먹는 시간대에
저는 쓸쓸하게 해변을 걷습니다.
모래사장에 발이 계속 박히고,
신발 속에 들어가는 모래들.
그것이 낭만이라면 낭만이겠지만
나는 현실적인 남자니까
금새 도로로 빠져나옵니다.
혼자가서 마음도 냉랭한 듯
ㅇㅇ
하필 또 내가 쓴 안경은
도수는 없지만 블루라이트는 차단하겠답시고
약간 누런색의 렌즈가 껴있습니다.
게다가 날씨도 꾸리꾸리하니
실제로 제가 본 광경은
더욱 누리끼리했었죠.
하지만 사진은 사기를 칠 수 있습니다.
조금 파랗게 만들어봅니다.
역시 파란 바다를 보면
마음이 뭔가 요동칩니다.
해적왕이 되고 싶어
?
안목해변에는 카페거리라고
그냥 해변을 카페들이 둘러쌓고 있습니다.
다들 안목해변에만 오면
카페인이 부족해서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건지
아주 그냥 카페만 널려 있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카페에서
달달한 걸 굳이 사먹는 사람들에게
안목해변은 아주 좋은 여행지입니다.
사실 저는 이곳에서 두 곳 정도
카페 탐방을 할까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한 관계로
부득이하게 한 곳만 갔습니다.
물론 카페거리에는
프랜차이즈도 있습니다.
근데 사람 마음이 좀 그런게,
내가 굳이 여기까지 와서도
동네에 있는 프랜차이즈에
들어갈 이유가 있을까?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저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지만,
어느 카페를 가든 사람은 많습니다.
특히 스타벅스는,
사실 나도 들어갈뻔했음..
산토리니 카페입니다.
마치 그리스 산토리니에
온 것만 같은 색감의 건물.
날씨 좋을 때 가면
더욱 빛나지 않을까 싶은
그런 카페입니다.
테라스도 많아서
바다를 보면서 커피 한 잔
하기 좋아보이는 곳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곳으로
들어갑니다.
이미 이때 눈치챘어야했습니다.
저는 손이 떨리고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딱히 먹은 게 없었고
당은 떨어질대로 떨어진,
거기에 망할 카메라는
겁나 무겁기만 해서
손이 떨렸습니다.
디저트류가 보입니다.
뭔가 다 맛있어보입니다만
저는 라즈베리 치즈 브륄레?
하여간 라즈베리 케이크 먹었습니다.
근데 만약에 정말 만에 하나
제 블로그에서 이 단어를 보고
똑같이 주문한다면
저는 말리고 싶습니다.
그냥 딴 거 드십쇼.
그리고 안에서 드십쇼.
땡큐
핸드드립 커피 종류를 확인합니다.
내가 굳이 강릉까지 와서
결국 초코시럽에 맛과 향을
다이브 시키는 카페모카를
마시기는 좀 아쉽습니다.
그러니 평소 잘 안 먹는
핸드드립으로 골라줍니다.
모틸론, 비스타 알바예,
구지사다모워시드Q1, 모카마타리 등등
하지만 저의 눈을 사로 잡은건 바로
파나마 게이샤 보케테입니다.
'신의 커피'라고 불리는
'에스메랄다 농장의 게이샤 커피'라고 합니다.
뭔 소린진 모르겠지만 단어들은
다 어디서 한 번 들어본 이 느낌,
그러면서 혼자 한 잔에 1만원을 받는
강렬한 패기.
너로 정했다.
메뉴를 기다리면서
매장을 둘러봅니다.
느린엽서라는게 있군요,
여행을 가서 남긴 감상을
나중에 잊혀질 때쯤 다시 떠올리는
그런 아이템 같습니다.
근데 필름 카메라 있으면
이 능력은 패시브입니다.
게다가 저같은 게으른 블로거라면
더욱이 이런 엽서 안써도 됩니다.
저 강릉 9월말에 가서
11월 말에 포스팅하고 있습니다.
내가 더 느림
ㅇㅈ
게이샤 보케테 핸드드립 커피와
라즈베리 뭐시기 케이크입니다.
왜 찻잔이 더러울까,
혹시 직원이 대충 담아준걸까
걱정하시는 분이 있다면
놉.
내 손이 후달려서
들고오다가 쏟음...
게다가 휴지로 닦으려고
휴지 가져왔더니만
바람 겁나 불어 더 정신없었음.
그러니 안에서 드셈.
그렇다면 안목해변의 대표 카페
산토리니에서 1만원이나 하는
게이샤 커피는 어떤 맛일까.
뭔가 시큼새큼,
과일향기가 맴도는 그런 커피였습니다.
신의 커피라고 해서
뜬금없이 내 머리속에
'미미'가 떠오르지는 않는,
'아 바람 불어서
금방 식겠네 젠장'
이정도의 감흥이 남는
그런 커피였습니다.
커피 맛에 민감하다면
뭐 한 번 드셔보셔도 좋지만,
나는 그냥 단게 좋다 그러면
게이샤는 사치일 뿐입니다.
그리고 난 과소비를 했지...
그러면 라즈베리 뭐시기는
맛이 좋으냐 또 물어볼 수 있습니다.
음 역시 케이크는 강렬한 레드보단
초콜릿 색이 언제나
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단걸
이번 여행에서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디저트 그 냉장고 딱 보고
제품 고를 때 매의 눈으로
그것이 좀 촉촉한 상태인지
확인을 하고 고르는걸 추천합니다.
테라스는 그저 겉치레일 뿐입니다.
이 바닷바람 속에서
우리의 간식들은
뭔가 상태가 메롱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냥 안에서 드십쇼.
다들 테라스 있다가 들어가길래
'아나 나 혼자 왔다고
지금 무시하는건가?'
싶었는데,
그런듯
??????
그래도 일단 와보고 싶던
카페거리에 왔으니
필름카메라로 사진 한 방 박습니다.
미천한 내 얼굴을 찍기보단
한 잔에 1만원이나 하는
커피를 찍는 것이
더 값어치 나가는 일일 것입니다.
필름카메라의 매력은
나중에 꺼내본다는 점입니다.
지금 블로그를 위해
사진을 편집하면서도 느꼈지만,
'내가 이런 것도 찍었나?'
이런 생각에 잠깁니다.
그리고 이 때 감정이 떠오릅니다.
'할 거 다했는데 집에 갈까?'
안목해변 가보니까
걷기 좋아하는 사람도
걷기 귀찮아하는 사람도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그런 곳 같았습니다.
그 무슨 빨간 등대까지
음료 하나 마시면서
걸어갔다 오기도 좋고,
그게 싫다면 그냥 카페거리에서
아무 곳이나 들어가
창가에 앉아서 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딱 그것뿐이라는게
여기의 장점이자 단점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여기서 커피 마시고
사진찍으며 조금 걸은 후엔
미련없이 바로 이동했습니다.
물론 내가 혼자가서
뒤도 안 돌아보고 냉혈하게
발걸음을 옮긴것도 있지만,
뭐 하여간 그렇다...
하여간 안목해변 가서는
느긋하게 차 한잔 마시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나 싶으며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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