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디저트류 중에서는
티라미수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부드럽고 달고 진하고
크림 같으면서도 빵 같고
빵 같으면서도 크림 같은
그 불명확한 존재감에
많은 매력을 느끼곤 합니다.
근데 티라미수를 먹다보면
어디는 명확하게 그냥 빵인데,
어디는 뭔가 기름인지 뭔지
흠뻑 흡수한 덩어리(?)가 있더군요.
사실 그런거 의식 안하고 먹었는데
티라미수 만드는 걸 보고나서야
아래 깔리는게 특정 과자라는 걸 알았습니다.
사보이아르디, 레이디핑거라고도 하는
그 과자를 사용하는게
전통적인 방식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과자길래
티라미수의 재료로 사용되는거지?
그리고 왜 그 과자는
일상에서 만나볼 수 없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바르 소프트 스폰지 핑거의 맛
일반 마트에선 본적이 없습니다.
제가 요즘 신세계백화점 식품관을
자주 들락날락 거리곤 하는데,
여기에는 레이디핑거가
몇 종류가 매대에 있더군요.
그래서 너무 궁금해서 사봤습니다.
그 맛있는 티라미수의
기반이 되는 과자라면
이거 자체도 남다르지 않을까 하는
묘한 기대감을 갖고 구매했습니다.
이런 과자를 사보이아르디라고 하는데
이탈리아어라고 하더군요.
근데 제가 사온 부바르 제품은
메이드 인 프랑스입니다.
사실 어느나라어로 부르든
어디서 만든거든 상관없습니다.
도대체 어떤 과자길래
다른 디저트의 재료가 될까 하는
궁금증만이 남아있을 뿐이죠.
BISCUITS BOUVARD
부바르 소프트 스폰지 핑거
라는 제품입니다.
이런 과자를 레이디핑거라고도 합니다.
원재료는 뭐 별게 없습니다.
설탕, 계란, 밀가루.
아주 기본의 맛을 내는
과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제품은 3개로 개별 포장이 되어있습니다.
외국 제품들 중에 이렇게
겉에서도 제품을 볼 수 있게
투명한 비닐에 담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제품들은 어느순간
투명한 건 빵 빼고는
거의 못 본 것 같습니다.
과자라고 하기도 그렇고
빵이라고 하기도 그런
조금은 어정쩡한 비주얼.
얘가 도대체 뭐길래
전통 티라미수의 근간이 되는가.
직접 먹어보기로 합니다.
일단 과자 자체는 별거 없습니다.
그냥 기다란 쿠키 같은거에
설탕가루가 좀 묻어있죠.
그리고 향을 맡아보니까
계란과자? 팬케이크?
그런 것들이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먹어봤는데
어? 익숙해...
근데 좀 재밌는게
어떤 특정 제품이 떠오르는게 아니라
제품군이 떠오릅니다.
일단 편의점에서 파는 양산빵들의
공통적인 맛(?)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샐러드바나 뷔페가면
디저트에 여러가지 색색깔 빵과 과자가 있는데
막상 먹어보면 맛이 하나같이 똑같죠.
약간 그럴 때 느껴지는
가장 공통의 맛이
이녀석한테서 느껴졌습니다.
그냥 약간 바닐라향 나는
기본빵 맛?
그래서 소프트 스폰지 핑거를
커피에 한 번 찍어먹어 봤습니다.
커피를 찍어보니까 알겠더군요.
얘는 혼자 먹을 수도 있겠지만,
뭔가 곁들여먹을 때 좋은
노멀한 맛을 가진게 특징인 것 같습니다.
맛이 튀지도 않고 강하지도 않습니다.
막연하게 먹는 뼝튀기나 전병 과자 같은 느낌?
커피랑 먹으니까 괜찮네요.
그래서 티라미수 만들 때
레이디핑거에다가 커피 바르는건가?
먹어보니까 티라미수의 기반이
될 수 밖에 없는 과자였습니다.
바닐라향 나는 계란과자? 빵? 을
생각하고 먹어볼 순 있을텐데,
굳이 내 돈 주고 사먹고 싶은
마음은 크게 들지 않습니다.
솔직히 이거보다 맛있는 과자 많은데
비싼 돈 주고 이걸 먹을 이유가 있을까?
1~2천원한다면 모르겠는데
가격이 저렴한 편이 아니라서
단독으로 먹는 건 추천하긴 어렵습니다.
그냥 티라미수 괜찮은 거 먹으면
사보이아르디도 덩달아 먹을 수 있는데ㅎㅎ
오히려 직접 먹어보니까
얘는 단독과자의 느낌보단
재료의 느낌이 더 강합니다.
하지만 나는 자극적인거 싫다,
그냥 커피랑 먹을 티타임 간식이 필요하다면
한 번 드셔보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아니면 내가 직접 티라미수를 만든다거나
크림을 얹어 먹을 걸 찾는다면
오히려 강추할 수밖에 없는 과자입니다.
하여간 재밌는 경험이었구요,
저는 앞으로 티라미수의 재료로써
이 녀석을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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